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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과거가 현재에게 건네는 삶의 지혜

지식 수집러 2025. 4. 2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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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무슨 쓸모가 있겠어?"

이 생각, 저도 참 많이 했습니다. 학창시절 한국사는 그저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하는 연도와 사건들의 나열이었고, 시험이 끝나면 모든 내용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죠.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도 그냥 흘려들었던 것 같습니다.그러다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삶의 지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요. 그 생각이 저를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로 이끌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디오북으로 접했는데, 최태성 선생님의 낭독이 참 좋더군요. 나중에는 종이책으로도 읽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아이에게도 추천해 「아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까지 사주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삶의 해설서다" - 새로운 관점과의 만남

최태성 선생님은 책의 서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리합니다.

"어떤 사람은 역사가 단순히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은 착각이고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입문서라고 강조합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역사를 바라보던 제 시선이 바뀌었습니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최 선생님은 이어서 "역사를 공부했음에도 살아가는 데 어떠한 영감도 받지 못했다면 역사를 제대로 공부했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모든 수업의 1강을 '역사는 왜 배우는가'에 할애한다고 하죠.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 잊어도 괜찮다, 다만 역사를 배우면서 느꼈던 감정만큼은 잊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공부하며 느꼈던 분노나 애국심 같은 감정을 간직하고, 그것을 삶의 선택 앞에서 떠올리라는 조언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정약용의 이야기가 던지는 깊은 울림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정약용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의 총애를 받던 인재였지만, 정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인생도 급격히 변합니다.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신유박해로 유배를 가게 되었고, 무려 18년간의 유배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정약용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유배지에서 그는 500여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느라 복숭아뼈에 구멍이 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너무 아파서 일어서서 선반 위에 책을 올려두고 공부하며 글을 썼다고 하니, 그 집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특히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이 한 문장에 담긴 삶의 지혜가 얼마나 깊은지요.

정약용이 꾸준히 글을 쓴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죄인으로만 기억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만일 자신이 지금의 생각을 남기지 않는다면 후세 사람들은 사헌부의 재판 기록만 보고 자신을 죄인 정약용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를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로 기억합니다. 2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저서는 여전히 연구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관계의 중요성과 인생의 방향성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를 통해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그가 초임 교사 시절 겪었던 일화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문제아'로 불리던 학생을 변화시키겠다는 열정으로 노력했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그 학생은 졸업했습니다. 10년 후, 백화점에서 우연히 그 학생을 다시 만났는데, 그는 탁월한 화술로 물건을 팔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선생님은 깨달았습니다. "16년 동안 만들어온 인생을 고작 몇 개월 만난 제가 바꿔놓겠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욕심이었다"고요. 이 이야기를 통해 저도 사람을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인터넷 강의를 통해 만난 학생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직접 만나지 않았음에도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 이야기를 들으며, 관계의 형태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사가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한 질문은 "한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역사는 이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변을 제시합니다.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는 나 자신을 공부하고, 타인을 공부하고, 세상을 공부하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나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는 "긴 호흡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결국은 사람과 세상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고 말합니다. 역사는 고리타분하거나 미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시대의 맥을 짚는 데 가장 유용한 무기이자 세상에 희망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라는 것입니다.

나에게 던진 질문, 그리고 답

「역사의 쓸모」를 읽으며 저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지금 내가 겪는 어려움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정약용이 유배지에서도 꾸준히 글을 쓰며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간 것처럼, 저도 제 삶의 주인공으로서 어떤 흔적을 남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순간의 좌절과 시련에 무너지기보다, 긴 호흡으로 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마음에 남은 생각들

이 책을 덮으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학창시절 시험을 위해 외웠던 역사가 이렇게 살아 숨쉬는 지혜의 보고였다니.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를 단순한 기록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발견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를 암기과목으로만, 혹은 지루한 옛날이야기로만 여겼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실 겁니다.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는 순간에 놓여있거나,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 좀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정약용이 18년간의 유배 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글을 쓰며 자신의 흔적을 남긴 것처럼, 우리 각자도 자신만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용기와 지혜를 건네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역사가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게 되고, 어느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본 서평은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출판사나 저자로부터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이 글에 포함된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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